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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의 종교전쟁···美 PGA와 사우디 LIV
- 작성일2023/04/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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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골프와 PGA투어의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작년 6월 출범한 LIV 골프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국부 펀드가 후원하는 신생 투어이다. 48명의 선수가 컷 오프 없이 사흘 간 개인전과 팀 대항전을 벌인다. 1회 대회 총 상금이 2500만 달러에 달하고, 우승자는 400만 달러를 챙긴다. PGA투어 대회에는 없었던 4인1조, 팀 경기까지 우승하면 추가로 인당 75만 달러를 벌게 된다. 이틀 간의 예선 성적으로 상위 50위만 주말 본선에 진출하는 PGA투어 대회와 달리, 출전 선수 모두가 탈락의 위험 없이 대회를 마치면 PGA투어 대회보다 두 배 이상의 상금을 벌 수 있으니 골프가 직업인 프로선수에겐 무척 매력적인 기회일 수 있다.
LIV골프의 명칭은 로마 숫자 ‘54’에서 따왔다고 한다. LIV골프 투어의 CEO그렉 노먼의 설명에 따르면 ‘54’는 파72 코스에서 매 홀 버디를 하면 얻을 수 있는 점수이고, 본선까지 총 72홀을 뛰어야 하는 PGA투어 대회와 달리 LIV골프 투어에서는 54홀 만 뛰어도 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겉으로 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신생 투어에 참가할 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는 선수 개개인에 있어 보인다. 하지만 출범 이후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미끼로 대대적인 선수 유치전을 벌인 LIV골프에 대항하여 PGA투어는 LIV골프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PGA투어 대회에 출전을 금지하는 초 강수로 맞불을 놓았다. 다른 투어 대회에 출전을 허용한 LIV골프와는 대조적인 조치였다.
또한 PGA투어와 이를 지지하는 선수들은 LIV골프가 인권침해 등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감추고 개선하려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피 묻은 돈Blood money’으로 운영되는 대회라고 비판해 왔다. PGA투어의 이런 대응이 LIV골프에 합류한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자신들의 출전을 금지한 PGA 투어에 맞서 LIV골프에 소속된 필 미켈슨과 10명의 선수들은 PGA투어를 미 연방법원에 독점금지법(Anti-trust law) 위반으로 제소했고, 현재는 LIV골프가 선수들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적한 선수들은 PGA투어에 남은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상금으로 보상 받고 있으니 불만이 없을 법한데 대체 왜 소송을 불사한 것일까?
전 세계 골프 대회 중 최고의 선수들에게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대회는 4대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즈, PGA챔피언십, US오픈, 디 오픈 챔피언십과 대륙간 대항전인 라이더 컵과 프레지던츠 컵이다. 메이저 대회는 상금 규모도 일반 대회보다 훨씬 크지만 무엇보다도 우승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메이저 챔피언이란 타이틀은 프로 골퍼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는 명예로운 보상이다.
그런데 프로 선수들이 이런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은 공식세계랭킹(OWGR)의 상위권에 오르거나 메이저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을 통해서이다. 그런데 여기에 LIV 골프 출전 선수들에게 불리한 조건이 하나 있다. 공식세계랭킹이 PGA투어가 주최한 대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LIV골프 대회의 성적을 인정하지 않는 현 시스템 아래서는 LIV골프 투어 선수들의 세계 랭킹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메이저 출전 기회는 순식간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LIV골프는 공식세계랭킹을 위한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총23개 투어(PGA투어, PGA유러피언 투어, KPGA코리안 투어 포함)와 같이 자신들을 인정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이나 그 결과는 미지수이다.
돈과 명예 사이의 기로에 선 선수들
이번 마스터즈에는 총 18명의 LIV투어 선수들이 참가했다. 그동안 PGA투어 경기에 참가할 수 없었던 LIV투어의 대표 선수들이 PGA투어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는 장소가 된 것이다. LIV투어의 수장인 CEO 그렉 노먼은 만일 LIV투어 소속 선수가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출전한 LIV소속 선수 모두가 나와서 축하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PGA투어를 향한 도발을 하듯 던졌던 그렉 노먼의 선언이 예상을 뛰어넘은 브룩스 켑카의 선전으로 실현되는 듯했다. 3라운드 중반까지 LIV투어의 켑카는 PGA투어의 존 람에게 4타차로 앞서 있었다. 이미 US오픈 2회, PGA챔피언십 2회 우승으로 메이저 4관왕의 업적을 달성한 켑카는 악천후로 경기가 지연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더 마스터즈 우승을 꿈꿨던 존 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일요일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에 성공하여 켑카와 4타 차로 그린 자켓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렉 노먼의 바램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대회가 끝난 후 시상식에서 존 람은 우승의 영광을 과거 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그의 우상이었던 스페인의 세베 바예스테로스에게 돌렸다. 바예스테로스의 두번째 마스터즈 우승으로부터 40년이 지난 해인 2023년 4월 9일, 그가 살아 있다면(2011년 뇌종양으로 사망) 66번째 생일이 되었을 그 날 우승을 하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한 존 람. 그는 자신이 골프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통과 역사이며 ‘세베가 없었다면 자신은 여기 없었을 것이다’라고 우승 소감의 마지막을 세베에 대한 감사로 끝맺었다. 카톨릭 신자인 그가 성호를 긋고 ‘평온히 잠드소서, 세베RIP Seve’라고 하늘을 향해 말했던 그 모습이 그를 골프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과거 골프와는 무관했던 사우디 아라비아와 그 돈으로 설립된 LIV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에게 이적의 이유를 묻자, 대부분은 ‘3일만 경기하면 되기 때문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새로운 방식의 투어가 골프라는 스포츠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선수들 중 해롤드 바너 3세는 의견이 달랐다. 그는 미국식 육두문자인 ‘f’로 시작하는 단어까지 써 가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자. 우리가 LIV투어로 이적한 건 골프산업을 키우기 위한 게 아니다. 우리 주머니를 키우기 위해 온 것이다.’
적어도 그는 다른 LIV투어 선수들 보다는 더 솔직한 것 같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